자연을 생각하는 골재_vol28
2021. 4호 | 통권 28호 35 34 자연을 생각 하는 골재 Culture & Life 新택리지 동해안 포항-구룡포가 ‘힐링 드라 마’ 촬영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19년 방영한 공효진·강하 늘 주연의 드라마 ‘동백꽃 필 무렵’ 부터다. 메인 포스터에 등장한 구 룡포일본인가옥거리 ‘중앙계단’에 나란히앉은공효진과강하늘의 ‘투 샷’(둘이나란히찍은사진)은 ‘포항’ 하면자동적으로떠올랐던 ‘제철소’ ‘호미곶’ ‘과메기’라는 공식에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했다. 소박 한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진 솔직담 백한 로맨스는 ‘철의 도시’ ‘공업 도 시’의강인한남성적이미지를무장 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. 드라마 방영 후 젊은 층에게 구룡 포는 과메기보다 ‘동백꽃 필 무렵’ 촬영 지역으로 더 익숙해졌다. 코로나 사태로 발이 묶이고 포항은 다시 임시완·신세경 주연의 드라 마 ‘런온’의배경으로소환된다. 잘 알려지지 않았던 ‘언택트 해안 산 책로’인 ‘호미반도 해안둘레길’, 새 로 단장한 폐철길 산책로 ‘철길숲’ 등이 등장하며 포항의 새로운 풍경 들이 방송을 탔다. 비록 드라마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, 드라마 에 등장했던 이가리닻전망대 등은 포항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. 지 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방영한 예 능 프로그램 ‘바라던 바다’의 무대 도 남구 ‘흥환리해변(흥환간이해수 욕장)’이었다. ‘동백꽃 필 무렵’부터 ‘바라던 바다’ ‘갯마을차차차’까지시청자들을사 로잡은 것은 포항의 ‘바다’다. 이곳 을 찾은 관광객들은 “따뜻한 사람 들 이야기에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 면서 탁 트인 바다가 자주 나오니 숨통이 트이고 위로받는 기분이었 다”며 만족한 표정이다. 포항이 촬영지로 뜨는 가장 큰 이 유는 조용하고 한적한 ‘비대면 바 다’가 많기 때문이란다. 독특한 형 태의 해안선은 위치와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풍경도 담을 수 있다. ‘갯 마을 차차차’의 섭외팀장은 “‘갯차’ 의 경우 밀도 있는 어촌 마을을 찾 는 게 관건이었다”며 “남해부터 동 해안 최북단까지 해안선을 따라 훑 다가 찾아낸 곳이 구룡포 석병1리 마을이었다”고 했다. 그는 “지리적 으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‘사방기 념공원’은 극 중 두식의 배를 옮겨 놓는 것만 해결되면 더없이 아름다 운 풍광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” 며 “포항은 누가 봐도 처음 보는 곳 처럼 느껴질 법한 소박하고 이국적 인 해변이 곳곳에 있다”고 했다. 김태영 로케이션 감독 역시 “삼척 부터 울진, 영덕, 포항에 이르는 해 안은 속초, 양양, 강릉 등 동해안의 다른 해변에 비해 미디어 노출이 적었던 곳”이라며 “특히 해안선이 긴 포항은 동해안의 ‘레어템’(희귀 한 아이템) 같은 곳”이라고 표현했 다. 김대표는 “포항은대도시의유 흥 시설부터 원초적인 풍경을 간직 한 해안 절벽, 산촌, 농촌, 어촌 등 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에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장 면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매력적” 이라고 했다. 포항시청홍보담당관실관계자는 “ 그간 시가 나서서 별도로 방송 유 치나지원을제안한적은없다”며 “ 지금까지 방영된 프로그램들은 대 부분 제작사 측 섭외 담당자들이 포항시에 촬영 협조를 먼저 의뢰해 온 경우”라고 말했다. 시민들은 반 갑다는 반응이다. 실제로 포항시는 철강 산업을 기반 으로 한 도시의 태생적 특성을 유 지하되 무게중심을 문화·관광· 도시 재생 등으로 분산시키고 있 다. ‘그린웨이 프로젝트’ 등을 추진 하며 도시의 색감도 회색빛 산업 도시에서 녹색 도시로 바꿔가는 중 이다. TV 속에 등장했던 포항 풍경이 방 송 종영 후 어떻게 바뀔지도 관심 사다. 지난 7일 촬영을 끝낸 ‘갯마 을차차차’ 제작진에따르면청하시 장의 ‘오징어탑’과사방기념공원의 ‘홍 반장의 배’는 드라마를 추억하 며 찾는 이들을 위해 포항시에 기 증해 보존키로 했다. ‘바라던 바다’ 의 세트장이었던 흥환리해변의 바 (bar)는 새 단장해 마을 관광 자원 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. ‘동백 이네 동네’도 달라진다. ‘동백꽃 필 무렵’의 촬영지였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와 그 일대는 정체성을 살 려 근대해양문화거리로 조성한다. 무엇보다도 포항-구룡포 하면 가 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겨울철 ‘과메기’다. 날로 그 맛과 영양가를 달리해가는 과메기 맛에 늦가을 초 겨울이면 으레 전국 각지에서 과메 기 주문에서부터 직접 찾아와 먹거 리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북적 대던 이 지역이 새로운 관광 메뉴 하나를 더 추가해서 올 겨울 움츠 렸던 코로나 분위기를 말끔히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셈이다. 위드 코로나 시대, 드라마 촬영지 포항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, 볼거리 먹거리 풍성 ‘동백꽃필무렵’(K2TV 2019.9방영) ‘갯마을차차차’(tvN 2021. 10.17 종영) 10월17일 막을 내린 tvN 인기 주말 드라마 ‘갯마을 차차차’의 숨은 주역은 ‘공진’이었다. 공 진은 극 중 배경. 강원도 청호시 공진이라고 배경 설명이 돼 있지만 현실에선 청호시도, 공진도 없다. 드라마 속 마을 할머니들은 강원도 사투리를 쓰지만 실제 촬영지는 강원도 가 아닌 경북 포항이다. 북구 흥해 오도리 ‘사방기념공원’을 비롯해 5일장이 열리는 ‘청하시장’ ‘청진3리 어민복지 회관’ ‘석병1리 마을회관’ ‘양포항’ ‘월포해수욕장’ 등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해안 가가 드라마의 주 무대가 됐다. 곤륜산 활공장 등 포항 관광지도 달콤한 로맨스의 배경으 로 ‘깜짝 출연’ 했다.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추석 휴일 기간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 등 주요 관광지의 1일 방문 객은 평균 8,000여 명.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휴일이 있던 지난 10월 첫째·둘째 주 연휴 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. ‘갯차’ 제작진은 기존 관광지를 제외하고 주민 이 거주하는 마을 방문은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공지할 정도다.
Made with FlippingBook
RkJQdWJsaXNoZXIy MzY4OTY5